글먹 | 시민으로서의 UX

좋은 글을 읽고 소화시키는 과정입니다.


오늘 소화 시킬 글은 미디엄에 ‘creamy UX’님이 기고하신 ‘우리사회의 시민은 어떤 UX를 경험하는가’라는 글이다.

우리사회의 시민은 어떤 UX를 경험하는가


저자는 사용자 경험에 대한 정의를 설명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사용자 경험은 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사용자가 느끼는 지각, 반응, 행동 등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경험을 뜻하며 이제는 제품/서비스 뿐만이 아니라 시스템,프로세스, 사회문화에 전반적으로 사용자 경험이라는 개념이 퍼지고 있다. 초기의 작은 분야에서 시작한 IT가 이제 우리 세상에 완전히 흡수되어 IT없는 세상을 꿈꿀 수 없듯이 사용자 경험 또한 우리 일상에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이를테면 어디 매장을 가더라도 ‘이 매장은 사용자 경험을 잘 반영했네, 들어가자마자 좋은 느낌을 주고 있고 그게 구매까지 잘 반영되는 것 같아’라는 정도로 사용자 경험이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 하듯이 시민의 경험도 디자인 할 수 있지않을까? 라는 의문점을 던지기 시작한다.

‘ 마치 모바일 앱(App)에서 개별 유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더라도 큰 틀에서는 설계된 정보구조 시스템에 따라 비슷한 이용패턴이 나타나듯이, 시민으로서 우리 삶의 경험도 사회구조에 의해 이미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라는 부분을 보면 저자가 어떻게 시민의 경험을 디자인 할 수 있을지를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나 또한 이전에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21세기는 개성의 시대이며 우리 모두는 각자 고유한 성질이 있다고들 하지만 우리는 사회적으로 형성된 관습이나 문화에 이미 젖어들어 있으며 그 환경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비슷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에서 초,중,고등,대학교를 다니고 군대를 갔다오고 취업준비를 하는 남자라면 비슷한 경험이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시민으로서 겪는 경험을 디자인 하는 것이 IT 생태계에서 사용자로서 겪는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시민으로서 겪는 경험 즉, Citizen eXperience는 누가 디자인할 수 있을까? 바로 국가이다.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자에게 좋은 사용자 경험을 주듯이 국가 또한 시민들에게 좋은 CX를 줄 필요가 있다.

아무리 경험이 주관적인 요소라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비슷한 패턴이 있기 마련이라 좋은 경험을 디자인했다는 것을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가 존재한다. 사용자 경험 부분에서는 도달율, 리텐션, 만족도라는 지표 등이 있다 .이것을 CX에 적용해보면 자살율, 행복지수, 삶의 만족도 같은 지표 등이 있을 것이다. 특히 자살율 최고, 행복지수 하위권, 삶의 만족도 최하위권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질 나쁜 CX를 선사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며 확실히 개선의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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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들의 현 주소이다. 출처 : 연합뉴스 / 자료제공 : OECD


UX 디자이너가 만약 도달율 최하, 리텐션 최저, 만족도 최저라는 지표를 받았다면 끊임없이 원인을 파악하고 가설을 세우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적용해보고 다시 가설을 세우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면서 좋은 UX를 완성시킬 것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사용자의 의견이 담겨있을 것이다. 그것이 좋은 UX를 완성시키는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다.

CX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시민의 의견이 담겨있어야 한다. 주체의 의견을 듣지않고 혼자서 시스템을 디자인한다면 그건 주체를 위한 디자인이 아니다. 자기 만족을 위한 디자인이다. 그렇기에 국가, 도시는 국민, 시민 중심의 디자인을 해야 한다.


시카고는 이러한 디자인을 잘 하는 도시로 알려져있다. 2008년 시카고는 미국 최초로 공공 서비스 혁신센터를 만들고 시 내 문제건물 처리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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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도시 중 가장 먼저 혁신센터를 세우기도 했다.


그들은 사용자 중심 디자인 방법을 사용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인터뷰했다. 아이디어를 뽑아내고 프로토타이핑을 거쳐 정책으로 완성시켰다. CX관점의 정책 디자인을 한 것이다.

물론 시카고 시는 문제 건물을 어떻게 하면 변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외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해 CX를 개선시켰지만 나는 CX가 꼭 물리적인 것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카고 시민들도 물리적인 변화가 계속되면서 살기 좋은 도시 시카고, 주민을 생각해주는 도시 시카고라는 인식이 점차 스며들었을 것이다. 이처럼 물리적인 환경 뿐만 아니라 인식,가치관 이런 내적인 것들을 변화시키는 것이 우리 시대의 CX를 진정으로 개선시키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p.s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보좌관으로 UX디자이너를 두면 어떨까. 좀 더 흥미로운 세상이 될 것 같다는 상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