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댄 셰퍼의 인터랙션 디자인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한 9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개정판은 5년전) 좋은 내용들이 너무 많고 지금 바로 쓸 수 있는 내용도 많다. 그 중 한 가지가 래리 태슬러와의 인터뷰이다. 인터뷰 내용이 너무 좋은 내용인데다 주니어 디자이너들에게 도움이 되겠다 생각이 들어(나도 주니어니까) 독자 여러분에게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 래리 태슬러를 모르시는 분이 있을 수 있으니 간략히 소개를 해보자면 래리 태슬러는 그의 이력이 인터랙션 디자인으로만 차있다고 할 정도로 인터랙션 디자인의 역사에 깊숙이 관여한 사람이다. 현대 GUI를 탄생시킨 제록스 파크부터, 애플, 아마존, 야후까지 IT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기업들을 거쳐왔다. 이 분의 최고 업적을 말하자면 인류 최고의 발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복사/붙여넣기’를 발명한 것이다!
위대한 래리 테슬러.
제록스 파크에 재직할 때 팝업 메뉴나 복붙 기능 등 인터랙션 디자인의 초기 언어를 만들어 냈다. 또한 복잡성의 법칙이라는 유명한 법칙을 만들기도 했다.
참고 : 복잡성의 법칙이란
이렇게 대단한 분이라 그런지 인터뷰 내용에도 인사이트가 한 움큼씩 묻어있다.
그럼 이제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자. 글로 된 인터뷰라 마치 주니어 디자이너에게 쓴 편지를 읽는 것 같다.
Q. 테슬러 씨는 제록스 파크와 애플, 아마존, 야후 같은 인터랙션 디자인에 있어 아주 중요한 회사에서 일해오셨는데요. 이들 회사 간에 공통점이 있습니까?
A. 그 회사들은 모두 앞선 기술과 고객을 높은 가치로 여겼습니다.
Q. 훌륭한 인터랙션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떤 개인적인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A. 스스로 어떤 디자인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자기확신과 자신이 낸 대부분의 초기 아이디어가 쓰레기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정도의 겸손함입니다. 자기 생각보다 나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겸손함과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따르는 것이 본인의 디자이너로서의 가치를 망가뜨리지 않는다고 믿을 수 있는 자기확신도 필요하죠.
사용자와 함께 일하는 팀원을 포함해서, 타인의 편리함과 행복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만약 좋은 팀웍이 없다면 제품이 사용자 친화적이기는 어려울 겁니다. 타인에게 관심을 두라고 해서 중요한 사안에 대해 자신의 주장과 그를 뒷받침할 충분한 데이터도 있는 상황에서 남의 의견에 휘둘리라는건 아닙니다. 그러나 성공을 판단할 때는 본인이 행한 좁은 범위의 기여가 성공적이었는지 여부가 아니라 제품의 성공, 팀의 성공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가치 외에도 디테일에 대한 관심이라든가 객관성, 유머를 이해하는 능력, 심미적인 역량, 사용자와 쓰임새의 데이터에 대한 올바른 이해 등 중요한 개인적 가치가 많습니다.
Q. 이제 막 시작하는 인터랙션 디자이너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어떤 교육현장에서는, 특히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는 학생들에게 자신을 사용자로 생각하고 디자인하라고 가르칩니다. 이것이 말 그대로 컴퓨터 공학과 학생 밖에는 사용할 수 없는 인터페이스가 만들어진 이유지요. 저는 사용자와 같은 경험을 하는 법을 배워야만이 ‘나를 위한 디자인’이 진정으로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방법을 ‘메소드 디자인’이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스타니슬라브스키의 ‘메소드 연기’와 유사한 심리적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 메소드 연기 : 등장인물에 배우 자신의 생활과 감정을 실생활에서 몰입시켜, 완전히 동화돼 연기하는 것
말하자면 자기 자신을 위해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캐릭터’를 위해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훌륭한 메소드 디자이너가 되려면 자신의 캐릭터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지요. 그러니 디자이너는 민족학적 연구나 사용성 연구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초보자들은 가끔 관리자들의 ‘경비 절약’에 대한 압력에 굴복해서 진지하게 탐색돼야만 할 의문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성 테스트 절차를 빼먹습니다. 혹은 정반대로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이 테스트를 하고, 쓸데없이 많은 대상자를 연구하고, 리포트를 쓰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어떤 부분에 집중할지 찾아내는 데에 실패합니다. 사용성 연구는 디자이너가 여태껏 시도해보지 않았던, 혹은 논란이 있는 인터페이스 요소를 확정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테스트 자체는 최대한 저렴하게 진행돼야 합니다.
또한 리서치의 가치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에게 이것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확인시켜줄 필요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사용자들의 혼란이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영상물을 편집하는데 공을 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주니어 디자이너들이 시니어 디자이너에 비해 많이 범하는 또 다른 실수는 표준을 무시하거나, 별 생각 없이 표준을 맹신하는 것입니다. 일관성은 일반적으로 좋은 것이므로, 표준을 따르지 않으려면 그에 적합한 이유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이 표준을 개선한 디자인 요소를 정말로 잘 받아들여 사용한다는 증거가 없이는 이런 주장이 쉽지 않을겁니다.
단어를 주의 깊게 선택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보통은 짧을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짧게 ‘X’라고 써놓고는 그게 무슨 뜻인지에 대해 사용자에게 (최악의 경우 같은 팀원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면, 그 ‘X’라는 말 대신 그 말을 설명하기 위해서 쓴 일반적인 다른 말들로 대체하는게 낫습니다.
내 생각에 시니어 디자이너와 주니어 디자이너의 가장 큰 차이는 가능하나 해결책 중에서 해답을 그려내는 능력입니다. 어떤 문제가 주어졌을 때, 주니어든 시니어든 초반에 생각한 해결책은 똑같을 수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다양한 형태를 가진 몇 페이지에 걸친 플로우라고 해보지요. 주니어는 비록 이 해결책이라는게 엄청나게 복잡하다고 해도 이대로 진행할 겁니다. 하지만 시니어 디자이너라면 이것을 해결할 근본적인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겠지요. 예를 들어 사용자들이 데이터와 함께 최종 결과를 보면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고칠 수 있게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숙련된 디자이너라면 디자인이 충분히 단순해질 때까지 끊임없이 단순화해나가야 합니다. 이런 단순화 작업을 진행하는게 몇 달씩이나 걸리는 일도 아니에요. 단지 며칠, 몇 시간, 몇 분이면 충분합니다. 훌륭한 디자인을 하려면 시간이 걸리곤 합니다만 최종 결과물로 쓰일 수 있을만큼 충분히 단순하지 않은 접근법에 시간을 쓰는 것은 낭비지요.
Q. 인터랙션 디자인에 불변의 법칙이라는 것이 존재합니까?
A. 딱 하나뿐입니다. 사용자를 위해 디자인하라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