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는 왜 디커톤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어떻게 디커톤을 준비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첫번째 난관, 장소 구하기
우선 예상 행사 인원을 20~25명으로 잡았다.(사실 사람들이 별로 안 올까봐 겁이나긴 했다.) 당장 행사를 1달 안에 진행해야했기에 25명 정도가 들어갈만한 공간을 찾아야했다. 예산이 많진 않았기에 카페, 파티룸, 펍 등 우리가 행사를 하기에 적합한 장소를 다 뒤졌다. 하지만 연말이라는 특수 상황은 공간을 구하기엔 너무나 큰 악재였다. 괜찮아보이는 장소는 다 예약이 되어있었고, 예약 가능한 장소들도 빠르게 예약이 되어갔다. 좋은 장소만 찾아보다가는 아예 행사를 진행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이런데서 멋있게 해보고싶었는데…
그래서 방향을 틀어 공유 오피스, 사무실 등 사무공간을 찾아보았다. 이런 공간들은 연말이라도 자리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무실을 빌리긴 무척 어려웠다. 따로 사무실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나 사람이 없었기에 지인을 통해 수소문하거나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야만 했다.
간간히 연락이 오긴했지만 우리의 예산 상황과 맞지 않는 장소들뿐이었고 그렇게 시간만 계속 흘러갔다. 행사를 다 기획했어도 장소가 없으면 아무 소용없기에 이제는 무슨 방법이든 강구해야만 했다. 그때 예전에 다녔던 학원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전에 다녔던 학원 원장님에게 연락을 했다.
“제가 이러이러한 취지와 내용으로 행사를 진행하려 하는데 공간을 찾기가 힘들어요. 혹시 학원에서 그런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까요?”
사실 기대는 안 했다. ‘학원에서 그런 행사를 진행하는 건 들어보지 못했는데 설마 될라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내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학원에서 해커톤 같은 행사는 안 해봤지만 다른 행사를 진행해봤었기에 괜찮을 것 같다고 하셨다. 금액도 다행히 적절하게 협의를 하였다.
그렇게 첫번째 난관인 장소 구하기를 해결했다. 사람이 간절한 소원이 있으면 하늘에서 이루어주는 것일까.
두번째 난관, 사람 모으기
첫 번째 난관을 해결하니 곧바로 두번째 난관이 닥쳤다. 장소는 어찌저찌 구했지만 이제는 참가자를 모아야 했다.
처음에는 막연히 ‘SNS에 올리면 (우리 행사가 힙해보이니까) 사람들이 몰려들거야~’라는 자신감에 사로잡혀있었지만 장소를 힘겹게 구하고나서부턴 자신감이 뚝 떨어져있었고 걱정만 앞섰다. 우선 예쁘게 포스터를 만들었다.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곁들여 페이스북, 온오프믹스, 카카오톡 등에 올렸다.
썸네일용으로 제작한 홍보물
우리의 기대와 달리 참가자들은 빠르게 모이지않았다. 두 세 명 정도가 관심을 보이고 참가 신청을 했지만 그뿐이었다. 우리의 목표인 25명이 상당히 많은 숫자였다는걸 느꼈다.
우리가 처음 했던 홍보를 다시 떠올렸다. 홍보물이 문제였는지, 홍보채널이 문제였는지 다시 생각해보았다. 홍보물을 접했던 지인에게 홍보물에 대한 느낌을 물어보았다. 지인은 이렇게 답해주었다.
“좋은 행사 같아 보이고 포스터도 괜찮은데 내가 갈만한 행사라고 생각이 들진않아. 디자인 해커톤이라고 하니 IT 업계 사람들만 올 것 같어.”
행사의 시작
그제서야 우린 첫 홍보 타겟 설정이 잘못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디자인 + 해커톤이라는 네이밍은 아직까지 대중적인 느낌의 단어가 아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들이 IT업계의 행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린 전략을 수정해야 했고 두 가지 전략 중에 택일 해야했다.
1.홍보물을 대중적인 네이밍, 문구로 만들어 좀 더 친근하고 행사의 접근성이 낮은 것 처럼 노출한다.
2.타겟을 IT업계로 좁혀 IT업계에 맞는 홍보채널을 통해 다시 홍보한다.
남은 시간이 많지않았고 우리의 기대치도 크지않은 상황이었기에 전략을 2번 전략으로 수정한 뒤, IT커뮤니티들을 찾아다녔다. 적절한 내용과 함께 홍보물을 배포 했다.
반응은 하루만에 찾아왔다. 페이스북 ‘좋아요’가 늘어나더니 공유까지 되었다. 댓글이 하나둘씩 달리기 시작했고 문의가 들어왔다. 전략이 먹혀들어갔던 것이다. 2일이 지나자 참가희망자가 50여명으로 불어났다. 규모가 갑자기 감당할 수 없는 사이즈가 되었다. 그래서 참가인원을 35명으로 한정했다. 공간이 50여명까지 수용할 수 없었을 뿐더러 관리가 힘들 것 같았다. (35명도 많은 것 같았다.) 처음엔 인원이 적어서 걱정했지만 이제는 인원이 많아서 걱정하는 걸 생각하니 당시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인원을 거르고 걸러 35명을 참가확정 지었고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D-DAY
드디어 행사날이 되었다. 떨리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지만 그 전날 빌려놓은 장소에 가서 간이 리허설(?)도 한만큼 준비는 되어있었다.
칵테일 및 다과를 위한 장을 보고 행사장 세팅을 하고 등록준비를 마쳤다. 시간이 되니 한 분씩 행사장에 들어오셨다.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스타트업 대표, 프리랜서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행사는 간단한 아이스브레이킹 및 자기소개 – 각자 가지고 온 프로젝트 하기 – 중간중간 잠을 깨기 위한 게임 진행 – 오늘 했던 프로젝트 취합 및 발표 – 마무리 및 해산으로 진행했다. (행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글이 너무 길어지고 루즈해질 것 같아 생략하겠다.)
행사를 진행하면서 놀라웠던 포인트가 몇 개 있었는데 그 중 1번째는 행사가 우리의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는 것이다.
네트워킹을 염두하긴했지만 나는 행사의 주제가 해커톤(자기가 가지고 온 프로젝트 하기)이였던만큼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만 몰두할 줄 알았다. 그래서 사실 ‘사람들이 너무 자기 일만 하면 어떡하지?’ 라고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막상 행사가 시작되니 일보다는 네트워킹이 더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이래서 오늘 다들 일 하겠어?’라고 생각할만큼 사람들은 빠르게 행사에 융화되고 이야기꽃을 피워갔다. 특히 잠을 깨기위한 용도로 준비했던 마피아 게임은 본래 의도와 다르게 하나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 몇 시간을 마피아 게임만 하기도 할 만큼 사람들은 행사의 취지에 걸맞게(?) 너무 잘 놀았다.
2번째로 놀라웠던 포인트는 행사에 참가한 고등학생들이었다.
중학생때부터 코딩을 시작해 벌써 6년차에 접어든 학생, 정보올림피아드에서 수상한 학생 등 커리어(?)가 뛰어난 고등학생들이 참가해주었다. 게다가 감동적이었던건 우리 행사를 위해 대전에서 올라왔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와준것도 감동적인데 서울도 아닌 곳에서 몇시간씩 걸리는 기차를 타고 와주었다는게 놀라웠다. 그들의 열정에 진짜 박수쳐주고 싶었다. 사람들의 열정에 등수를 매길 순 없지만(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의 열정은 진짜 대단했다.)만약 매길 수 있다면 그들에게 1등을 주고싶었다. 게다가 마지막 시간인 발표에도 잘 참여해주었다!
3번째는 행사 이후 피드백이다.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뒤 다음날 참가자들에게 행사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드렸다. 디커톤에서 좋았던 점은 무엇이고, 부족한 점은 무엇이었으며 건의사항은 있는지 등을 물어보았다. 놀라웠던 것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자세히 적어주었던 것이다.
행사를 다녀보고 다른 행사도 열어봤지만 보통 피드백율이 그렇게 높지가 않다. 헌데 디커톤은 참가자 3분의 1 이상이 피드백을 해주었다. 내용 또한 간단한 문장이 아니라 칸을 꽉꽉 채워서 보내주었다. 게다가 호평과 재참여 의향이 대부분이었다!
비평 또한 단순히 ‘싫어요’, ‘아쉬워요’가 아니라 구체적인 이유로 적어주신게 인상 깊었다. 이런 형식의 행사는 처음 진행하다보니 진행이 미숙하기도 했고 공간도 적합하지않았을 수도 있다. 특히 특정 영역에서 와이파이가 잘 안되서 참가자들에게 너무 죄송했다. 사람들이 불만사항들을 아낌없이 적어주시고 크리틱해주신게 너무 고마웠다.
마치며
2017년 한 해의 끝을 디커톤으로 마무리했다. 좋은 사람들과 잘 마무리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혼자 했으면 절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마 했더라도 이만큼 이뤄내지 못 했을 것이다. 같이 도와준 운영진 윤민지, 오윤선님에게 감사드린다. 제 2회 디커톤이 연중에 열릴지 연말에 열릴진 나도 모르지만 조만간 다시 해보고 싶긴하다. 그때는 좀 더 제대로, 짜임새있게 하고싶다. 언젠가 정기행사처럼 되는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