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해커톤 - 디커톤 회고록

<디자인해커톤 - 디커톤>에 대한 회고입니다.


며칠 전, ‘멋쟁이 사자처럼-디자인’이라는 클래스에 대해 리뷰를 했다. 오늘은 수업의 대미를 장식했던 ‘디자인 해커톤-디커톤’에 대해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디커톤의 시작

대망의 ‘멋쟁이사자처럼-디자인’(이하 멋사디자인)클래스가 프로젝트 발표로 끝이 났다. 약 30명 정도가 들었던 수업이지만 마지막 발표에는 열네댓명 정도 밖에 남지않았다. 실질적으로 프로젝트는 수업 4주차부터 진행했는데 발표를 할 정도까지 프로젝트를 발전 시킨 사람이 열네댓명 정도였기 때문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마지막날 미완성의 아쉬움을 뒤로 한채 클래스를 마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프로젝트를 준비한 5주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에 여유로운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은 한다. 그렇기에 그들 모두 시간이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곤했다.

디커톤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완성하지 못한 사람들의 사정이 어떻든) 그들의 노력이 들어갔지만 세상에 빛을 못본 프로젝트가 많았기에 같이 참여한 사람의 입장으로서 그것들을 깨워주고 싶었다.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렸고 같이 참여한 학생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하루 정도 밤을 새면서 프로젝트를 보완하고 마지막에 발표로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떻겠냐고.

그들은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겠다고, 재밌을 것 같다고 하였다. 아마 클래스가 이렇게 끝나면 일상, 학업에 치여 프로젝트를 제대로 못하게 될 것이라는걸 예상했던 것 같다. 나는 그렇게 하나의 명분(?)을 만들어줌으로써 그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었다. (너가 왜 나서서 그런걸 했어?라고 물어보신다면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 나도 그 때 같이 아쉬워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아이디어의 마무리는 해커톤으로 귀결됐다. 그리고 우리는 디자인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이름은 당연히 디자인 해커톤, 디커톤으로 짓게 되었다.

해커톤 행사를 도와줄 운영진들을 포섭했다. 운영진은 수업을 같이 들었던 학생들 중 취지에 적극 공감하고 열정있는 2명과 함께 하기로 했다. 그 후 수업의 강사님, 운영진들에게 디커톤 프로젝트를 수업의 마무리로 해보는건 어떻냐고 여쭤보았다. 그들은 흔쾌히 수락했다. 모든 것이 다 잘 풀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해커톤에 빠져 판을 좀 더 키우기로 했다.


꼬임의 시작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아서 욕심을 부렸다. 우리끼리 하는 행사에서 벗어나 외부 인원이 다 같이 참여하는 좀 더 큰 규모의 행사를 해보고 싶었다. 분명히 우리 같이 뭔가 하고싶은 것이 있지만 자꾸 미뤄지거나 손을 못 대는 프로젝트를 가진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때 마침 보았던 영상도 그 욕구에 불을 지폈다. 페이스북에서 보았던 영상인데 할로윈에 열린 해커톤 영상이었다. 휴일 전 날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기가 밤새 끝내고싶은 일을 가져와 일도 하고 중간중간 네트워킹도 하는 파티 + 해커톤 격인 행사였다.

영상을 보고싶다면? 보러가기

영상에 비춰진 행사는 굉장히 핫해보였고 힙해보였다. 나도 뭔가 저런 행사를 만들고 싶었다.

‘아직 빛을 보지 못한 프로젝트, 올해 안에 끝내고싶은 일이 있는 사람들이 놀 땐 놀고 일할 땐 일하는 칵테일 파티 + 해커톤’


분위기에 취할 수 있다.


얼마나 힙해보이는가!

연말에 이렇게 멋있는 행사를 한다면 2017년을 굉장히 좋게 마무리할 것 같았다. 더구나 ‘멋쟁이 사자처럼’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이용하면 사람 모은 것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바로 행사 기획팀과 얘기를 하고 수업 운영진에게 규모를 키워보겠다고 제안을 드렸다.


근데 결과는? 거절당했다.


당연히 좋은 취지라고 생각해 승낙해주실 줄 알았는데 거절 당했다. 뭐가 문제였을까. 거절을 표명하신 뒤 얘기 해주신 이유를 들어보니 납득을 하긴했다.

1.브랜드 리스크

참여 학생들이 진행하는 행사이고 공식 운영진이 개입하지 않다보니 행사를 진행하다가 사고라도 나면 멋사의 대외적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운영진분들 입장에서는 그런 리스크를 지고싶지 않았을 것이다.

2.금전적 지원 X

외부 행사로 진행 할 경우 인원이 내부 참가자로 한정되어있는게 아니다 보니 멋사 측이 금전적인 지원을 해줄 수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운영진들은 ‘멋쟁이 사자처럼’이라는 브랜드 없이 우리끼리 모금해서 행사를 진행한다면 얼마든지 해도 상관없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결국 우리는 지원 없이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나를 포함한 행사 운영진들은 외부 행사라는 것에 꽂혀있었고 행사의 취지, 내용이 좋기에 브랜드 파워가 없어도 사람들이 막 올 것 같다고 믿었다. 허나 현실은 냉혹했다.


다음 글은? 다음 글 보러가기